아들을 위한 인문학/채근담
사람의 지혜나 재주는 믿을 수 없다
ybea12
2025. 5. 27. 02:55
물고기를 잡으려고 쳐 놓은 그물에 기러기가 걸려드는 경우도 있고, 사마귀가 먹이를 탐내는 곳에 참새가 또한 그 뒤를 엿보기도 한다. 계략 속에 계략이 숨어 있고 변고 밖에 다시 변고가 일어나니, 어찌 인간의 지혜와 솜씨를 어찌 족히 믿을 수 있겠는가
프랑스의 유명한 요리사 베르나르 르와조는 엽총으로 자살했다. 그가 얼마나 유명한 요리사였는지 그가 자살하던 날 프랑스의 텔레비전 방송국들이 정규 뉴스 시간에 그의 자살 소식을 보도했고 며칠 후 그에 대한 특집 다큐멘터리가 방영될 정도였다. 프랑스의 세계적인 타이어 회사 미슐랭은 해마다 프랑스 내의 모든 식당을 등급별로 평가한 식당 안내서 기드 미슐랭을 출간하는데 베르나르 르와조가 경영하는 식당은 지난 27년간 줄곧 최고 등급인 별 세개의 평가를 받아 왔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그 해에 발간된 그 안내서에는 그의 식당이 두 등급이나 강등되어 별 한개로 떨어져 있었다. 이에 수치심을 이기지 못한 그는 자살로 생을 마감해 버렸다
인간의 육체는 세월이 흐르면 쇠하게 마련이기에 인간의 능력 또한 나이가 들수록 감퇴할 수 밖에 없다. 아무리 솜씨가 좋다 한들 한평생 정상의 자리를 지킬 수는 없는 법이다. 장장 27년간이나 프랑스에서 최고의 요리사로 군림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 나이 들어 비록 별 한개의 등급으로 떨어졌을지라도 평생 최고의 요리사로 살아온 자신의 경륜과 솜씨로 타인에게 봉사하며 보람있게 살 수도 있었을 것이다. 마음을 비울 수 있었다면 가볍게 받아들일 수도 있었을 텐데 수치심이 무거운 추가 되어 목숨을 잃게 만들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