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위한 인문학/세계명시

(명시들-51) 봄 / 방랑의 마음 / 봄은 고양이로다

ybea12 2025. 5. 22. 03:00

< 봄 - 황석우 >

가을 가고 결박 풀려 봄이 오다

나무 나무에 바람은 연한 피리 불다

실강지에 날 감고 밤 감아

꽃밭에 매어 한 바람 한 바람씩 당기다

가을 가고 결박 풀어져 봄이 오다

너와 나 단 두 사이에 맘의 그늘에

현음 감는 소리, 타는 소리

새야 봉우리야, 세우야 달아 -

 

< 방랑의 마음 - 오상순 >

흐름 위에 

보금자리 친 -

오오 흐름 위에

보금자리 친 -

나의 혼------

 

바다 없는 곳에서

바다를 연모하는 나머지에

눈을 감고 마음 속에

바다를 그려보다

 

가만히 앉아서 때를 잃고 -

 

옛 성 위에 발돋움하고

들 너머 산 너머 보이는 듯 마는 듯

어릿거리는 바다를 바라보다

해지는 줄도 모르고 -

 

바다를 마음에 불러 일으켜

가만히 응시하고 있으면

깊은 바다 소리

나의 피의 조류를 통하여 우도다

 

망망한 푸른 해원

마음눈에 펴서 열리는 때에

안개는 바다의 향기

코에 서리도다

 

< 봄은 고양이로다 - 이장희 >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로운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가 뛰놀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