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위한 인문학/동물

반려동물의 목줄의 기원은 어떻게 되는가

ybea12 2025. 5. 20. 03:00

 

목줄과 가슴줄

1839년 발자크의 소설 베아트릭스에는 기사 알가가 등장한다. 소설 속 게랑드 사람들은 암캐 티스베와 함께 다니는 알가를 우스꽝스러운 인물로 여긴다. 알가는 티스베에게 심하게 들이대는 수캐들을 쫓아내기 위해 금 지팡이로 무장하고 티스베에게 목줄을 채워 산책시킨다. 당시 사람들은 개란 본디 자유로우며 도시에 있는 개들은 길을 잃거나 떠돌던 개지, 반려동물이 아니라 생각했다. 유럽귀족들은 16세기부터 성에서 동물을 키우고 산책시키기 위해 목줄을 사용했다. 영국의 귀족과 부르주아는 훌륭한 반려견을 충직하고 예민한 친구로 받아들여 이들과 주고받는 애정에 높은 가치를 부여했다. 특히 18세기에는 개, 원숭이, 어린 맹수, 이국적인 고양이 같은 희귀하고 비싼 동물을 키웠고 이런 이색적인 동물들은 주인의 지위를 상징했다. 중국, 페르시아, 이집트, 로마 등 고대 문명 곳곳에서 목줄을 사용했다. 다른 지역에서 온 동물을 긴 끈으로 묶어 행진시키는 행위는 정복이나 외교관계를 상징적으로 나타냈다. 오스만제국의 이집트 총독이 프랑스 국왕 샤를 10세에게 선물한 기린이 1827년 마르세유에서 파리까지 간 것도 이러한 연유였다. 목줄은 말을 비롯한 가축의 고삐, 노예 목에 묶는 끈 등 여러 형태와 목적으로 변형되었다. 사유 이유 또한 교육, 감시, 지배, 길 안내까지 다양했다

18-19세기 귀족과 부르주아는 귀중한 품종견을 위해 목줄을 즐겨 사용했다. 동물을 옆에 두는 것으로 인간의 비범함을 주장하기 위해서였는데 오늘날 우리가 과시용으로 비싼 자동차를 끌고 다니는 것과 비슷하다. 발자크의 소설 속 기사 알가처럼 성가신 교미를 막으려는 실용적인 이유도 있었다. 귀족간의 결혼과 마찬가지로 품종견의 재생산은 혈통에 따라 선택적으로 이루어져야 했기 때문에 길거리의 천한 잡종견의 짝을 맺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심지어 당시 주인들은 번식을 한 암캐는 더러워지기 때문에 없애버려야 한다고 확신했다. 런던 거리에서 반려견을 산책시킬 때 불량배들이 개를 훔쳐가 몸값을 요구하는 일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목줄은 필수가 되었다. 당시 사회는 개에게 애착을 갖는 걸 멍청함의 최고봉이라 생각했다. 18세기 후반부터는 또 다른 안전상의 이유로 목줄을 점점 더 많이 사용했다. 수많은 도시에 유기견 보호소가 생김과 동시에 20세기 중반에는 유기견을 싹 다 없애버리겠다며 유기견 사냥이 벌어져 길거리에 독을 탄 간식을 놓아두는 사람도 생겨났다. 따라서 견주들은 길거리에서 개가 혼자 떠돌아다니지 않게 목줄을 채워 산책시키는 법을 익혔다. 국가나 지자체에서 개에게 목걸이를 채우라는 법과 행정령을 내리면서 목줄을 점점 강제사항이 되었다. 목줄은 개와 인간이 가까워지는 데 기여하기도 했지만 그 결과 개를 집 안에 가둬놓고 키울 수 밖에 없게 되었다

20세기 특히 1950-1970년대 경제성장기에 모든 사회 계층에서 반려견과 함께 목줄도 대중화되었다. 1968년 출간된 땡땡의 모험에서 땡땡은 처음으로 밀루에게 목줄을 채운다. 이 시리즈가 처음 발표된 1929년에는 목줄을 채운 개가 굉장히 소수였다. 하지만 밀루는 현실에서 의무이자 관습이 된 목줄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그 이후로 목줄의 역사는 계속 이어져 왔고 현재는 고양이 목줄에 대한 논의까지 일고 있다. 고양이 목줄 논의는 21세기초 뉴질랜드와 호주에서 시작되었다. 기후 위기와 생물 다양성 감소에 맞서 고양이로 인해 생태계 불균형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부터였는데 고양이를 대거 들여온 결과 대규모 유기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원인은 인간의 잘못된 관리였던 셈이지만, 고양이 개체수를 통제하기 위해 중성화와 길고양이 퇴치 운동이 펼쳐졌다. 도시에서만이 아니라 도시 외곽과 시골에서도 같은 운동이 전개되었다. 이와 동시에 고양이 협회 등 관련 기관이 고양이는 집 안에서만 키워야 하며 외출 시 목줄을 착용시킬 것을 적극적으로 권장했다. 고양이 목줄은 강아지 목줄처럼 대세가 되지는 않았지만 미국으로까지 퍼져갔다. 현재 서유럽 도시에서 가끔 볼 수 있는 정도이지만 인터넷에서는 고양이 목줄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동유럽과 동아시아 등지에서 반려견과 반려묘 관련 산업이 발전 중이라는 사실을 통해 목줄의 세계화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