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위한 인문학/세계명시

(명시들-49) 오월의 향기 / 초혼 / 길

ybea12 2025. 5. 9. 03:00

< 오월의 향기 - 김동환 >

오월의 하늘에 종달새 떠올라 보표를 그리자 

산나물 캐는 색시 푸른 공중 치어다 노래 부르네

그 음부 보고 봄의 노래를 

  봄의 노래 바다에 떨어진 파도를 올리고 산에 떨어진

종달새 울리더니 다시 하늘로 기어올라 구름 속 거문

소나기까지 울려 놓았네

  거문 소나기 일만 실비를 몰고 떨어지자 땅에는 흙이

젓물같이 녹아지며, 보리밭이 석자라 자라나네

  아 오월의 하늘에 떠도는 종달새는 풍년을 몰고 

산에 들에 떨어지네, 떨어질 때 우린들 하늘밖이라 풍년이 안오랴

  오월의 산에 올라 풀 베는 말 하다 소리치니 하늘이 넓기도 해

그 소리 다시 돌아 앉으네. 이렇게 넓다라면 날아라도 가 보고 

싶은 일 넋이라도 가 보라 소리쳤네

  벽에 걸린 화액에 오월 바람에 터질 듯 익은 내 나라가 걸려 있네 꿈마다

기어와선 놀다가도 날 밝기 무섭게 도로 화액 속에 풍경화가 되어 

버리는 나라가

 

< 초 혼 - 김소월 >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 !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그 소리에 비껴 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멀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 길 - 김소월 >

어제도 하룻밤

나그네 집에

까마귀 까악까악 울며 새었소

 

오늘은 

또 몇 십 리

어디로 갈까

 

산으로 올라갈까

들로 갈까

오라는 곳이 없어 나는 못가오

 

말 마소 내 집도

정주 곽산

차 가고 배 가는 곳이라오

 

여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공중엔 길 있어서 잘 가는가

 

여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열 십자 복판에 내가 섰소

 

갈래갈래 갈린 길

길은 있어도

내게 바이 갈 길은 하나 없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