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들-49) 오월의 향기 / 초혼 / 길
< 오월의 향기 - 김동환 >
오월의 하늘에 종달새 떠올라 보표를 그리자
산나물 캐는 색시 푸른 공중 치어다 노래 부르네
그 음부 보고 봄의 노래를
봄의 노래 바다에 떨어진 파도를 올리고 산에 떨어진
종달새 울리더니 다시 하늘로 기어올라 구름 속 거문
소나기까지 울려 놓았네
거문 소나기 일만 실비를 몰고 떨어지자 땅에는 흙이
젓물같이 녹아지며, 보리밭이 석자라 자라나네
아 오월의 하늘에 떠도는 종달새는 풍년을 몰고
산에 들에 떨어지네, 떨어질 때 우린들 하늘밖이라 풍년이 안오랴
오월의 산에 올라 풀 베는 말 하다 소리치니 하늘이 넓기도 해
그 소리 다시 돌아 앉으네. 이렇게 넓다라면 날아라도 가 보고
싶은 일 넋이라도 가 보라 소리쳤네
벽에 걸린 화액에 오월 바람에 터질 듯 익은 내 나라가 걸려 있네 꿈마다
기어와선 놀다가도 날 밝기 무섭게 도로 화액 속에 풍경화가 되어
버리는 나라가
< 초 혼 - 김소월 >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 !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그 소리에 비껴 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멀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 길 - 김소월 >
어제도 하룻밤
나그네 집에
까마귀 까악까악 울며 새었소
오늘은
또 몇 십 리
어디로 갈까
산으로 올라갈까
들로 갈까
오라는 곳이 없어 나는 못가오
말 마소 내 집도
정주 곽산
차 가고 배 가는 곳이라오
여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공중엔 길 있어서 잘 가는가
여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열 십자 복판에 내가 섰소
갈래갈래 갈린 길
길은 있어도
내게 바이 갈 길은 하나 없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