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10) 불사르자 / 자화상 / 빛
< 불사르자 - 노자영>
아, 빨간 불을 던지라, 나의 몸 위에
그리하여 모두 태워 버리자
나의 피, 나의 뼈, 나의 살 !
자아를 모두 태워 버리자 !
아, 강한 불을 던지라, 나의 몸 위에
그리하여 모두 태워 버리자
나의 몸에 붙어 있는 모든 애착, 모든 인습
그리고 모든 설움 모든 아픔을
자아를 모두 태워 버리자
아, 햇불을 던지라, 나의 몸 위에
그리하여 모두 태워 버리자
나의 몸에 숨겨 있는 모든 거짓, 모든 가면을
오 그러면 나는 불이 되리라
타오르는 불꽃이 되리라
그리하여 불로 만든 새로운 자아에 살아보리라
불 타는 불, 나는 영원히 불나라에 살겠다
모든 것을 사루고, 모든 것을 녹이는 불나라에 살겠다
<자화상- 윤동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하늘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 빛- 이광수>
만물은 빛으로 이어서 하나
중생은 마음으로 불어서 하나
마음 없는 중생 있던가 ?
빛 없는 만물 있던가 ?
흙에서도 물에서도 빛이 난다
만물에 탈 때는 온 몸이 모두 빛
해와 나
모든 별과 나
빛으로 얽히어 한 몸이 아니냐 ?
소와 나, 개와 나
마음으로 붙어서 한 몸이로구나
마음이 엉키어서 몸, 몸이 타며는 마음의 빛
항성들의 빛도 걸리는 데가 있고
적외선 엑스선도 막히는 데가 있건마는
원 없는 마음의 빛은 시방을 두루 비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