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위한 인문학/세계명시

(명시 3) 먼나라 / 차라리 침묵하세요

ybea12 2024. 5. 23. 03:43

< 먼 나라 - 다무라 류이지 >

나의 괴로움은

단순한 것이다

먼 나라에서 온 짐승을 기르듯

별로 연구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나의 시는

단순한 것이다

먼 나라에서 온 편지를 읽듯

별로 눈물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나의 기쁨과 슬픔은

더욱 단순한 것이다

먼 나라에서 온 사람을 죽이듯

별로 말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 차라리 침묵하세요 - 밀란 쿤데라 >

사랑에 대해서 나에게 말하지 말아요

마치 벌레가 나무를 갉아먹듯

난 그대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듣고 있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난 알아요

당신의 심장이 다른 연인의 곱슬머리로

칭칭 감겨있음을

그것이 저의 머리카락이라고 둘러대지 말아요

난 믿지 않아요, 당신의 말은

 

그대의 말은 항상

갈대숲과도 같아요

당신은 모자를 눌러쓰고

코트에 얼굴을 파묻은 채

서둘러 그 뒤로 숨어 버리곤 하지요

하지만 난 당신을 보고 있어요

그 말 뒤에 숨어있는

당신을 보고 있어요

 

난 알고 있어요, 그 문을

문 위에 새겨진 그 이름을

당신의 온몸을 떨리게 만드는

그 열정의 온도를 난 느낄 수 있어요

 

난 보고 있어요

두리번거리는 당신의 두 눈을

부끄러움에 가득 찬 겁먹는 두 눈을

 

처음에 그대는 벙어리였지요

마치 한 마리 작은 아기 곰처럼

사랑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지요

그대는 사랑 그 자체였으니까요

 

아, 나의 연인

내 사랑

제발 이젠 침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