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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절반이라고 불린 고원의 고도인 이스파한아들을 위한 인문학/세계 도시 2025. 9. 2. 02:41





중동의 여러 도시 중에서도 아름답기로 유명한 이스파한이 있다. 16-17세기 사파비왕조 페르시아 시대의 이스파한은 동서 유라시아대륙의 여러 나라 사람들과 온갖 물건들이 모여들어 세계의 절반이라는 찬사를 받은 도시였다. 7세기에 이슬람교가 성립하기 전에는 서아시아 대부분이 사산왕조 페르시아의 천하였다. 같은 중동지역이어도 이란의 페르시아인은 아라비아반도의 아랍인과 언어나 문화가 크게 다르다. 현재에도 이슬람교 이전에 보급되었던 조로아스터교의 역법이나 연간 행사를 따르는 등 독자적인 문화를 갖고 있다. 15세기 이란에서는 이슬람교의 시아파와 신비주의 사상이 결합한 사파비 교단이 결성되었고 사파비 교단의 지도자 이스마일 1세는 1501년에 사파비왕조를 세웠다. 이후 중동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슬람교의 주류인 수니파를 신봉하게 되었지만 이란에서는 시아파가 계속 정권을 잡았다. 오스만제국의 잦은 위험 때문에 사파비왕조는 타브리즈에 이어 카즈빈으로 수도를 옮겨야했다. 5대 황제 아바스 1세는 물과 녹지가 풍부한 토지에 새로운 수도를 건설하겠다는 이상을 품고 1598년 카즈빈에서 동쪽의 이스파한으로 천도했다.





아바스 1세는 구시가지 남부에 신시가지를 건설했다. 신구 도심이 접하는 장소에는 대규모의 광장을 만들었다. 왕의 광장으로 불렸던 이곳에는 분수가 있는 큰 연못이 있다. 과거에 이 광장은 외국 내빈의 진귀한 보물과 전쟁의 전리품을 자랑하는 전시장이나 왕가의 식전 회장으로 이용되었다. 왕의 광장을 중심으로 모스크, 바자르, 신학교 등이 건설되었다. 건축물에는 기하학적 문양을 그리고 표면에 광택이 나는 유악을 바른, 다채로운 채유타일을 아낌없이 사용했다. 특히 직경 25m 되는 돔을 갖춘 왕의 모스크(이맘 모스크)는 장인이 수작업으로 문양을 그린 타일을 약 50만개나 써서 장식했다. 이스파한의 바자르는 비바람이나 뜨거운 햇빛을 피하기 위해 지붕을 설치한 것이 많다. 과거에 바자르에는 인도와 아르메니아 등 각지에서 상인들이 몰려들었고 카펫, 모피, 의류, 보석 세공, 마구 등 품목별로 구역이 나뉘어 있었다. 특히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가 시민의 휴식장소로서 인기가 많았다. 상인뿐 아니라 누구나 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 이슬람권의 도시지만 술집도 있었다고 한다.





시내의 신학교에서는 이슬람교뿐만 아니라 그리스철학과 자연과학도 연구했다. 현재 관광객에서 인기가 높은 아바스 호텔은 예전 신학교의 기숙사를 개조한 곳이다. 사파비왕조는 건축, 예술, 학문 등을 담당하는 사람과 기술자는 인도의 무굴제국에 자주 초대되어 무굴건축을 대표하는 영묘 타지마할의 건설에도 참여했다. 이스파한 주민의 인종, 민족, 문화적인 배경은 다양하다. 신도심 남서쪽에는 아바스 1세의 정책에 의해 이주해 온 아르메니아계 그리스도교인과 이슬람교가 확장한 후 소수파가 된 조로아스터교인도거주했다. 사파비왕조의 특산품인 페르시아 카펫은 유럽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17세기에 인구는 100만명이고 상인을 위한 숙소가 1802개, 모스크가 162개, 신학교가 48개, 공중목욕탕이 237개였다고 한다. 18세기에 접어들어 이스파한은 지금의 아프가니스탄 지역에서 침략한 유목인에 의해 파괴되었다. 이 무렵 수립한 투르크계 카자르왕조는 정치와 경제의 중심지를 중심지를 북부 테헤란으로 옮겼다. 한편 이스파한에서는 한때 전염병의 유행으로 인구가 10만명 미만까지 감소했다. 1960년대가 되자, 오랜 역사를 간직한 신비로운 분위기의 고도 이스파한은 해외 관광객의 발길을 끌기 시작했다. 1979년에는 왕의 광장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같은 해 이란혁명으로 왕정이 무너졌고 왕의 광장은 이맘 광장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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